명절에 오랜만에 만나면 처음 한 시간쯤은 서로 조심합니다. 안부를 묻고, 날씨를 말하고, 아이가 몇 학년인지 묻습니다.
그러다 밥상을 물리고 나면 말이 달라집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편해집니다. 이런 사이를 ‘허물없다’고 합니다.
허물은 본디 잘못이나 흉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니 허물없는 사이란 흉이 없는 사이가 아닙니다. 흉을 보여도 되는 사이지요. 서로 흉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 굳이 들추지 않는 사이.
매미가 벗어 놓고 간 껍데기도 허물이라 부릅니다. 한 낱말이 잘못과 껍질을 함께 이릅니다. 벗어 놓은 것, 감추고 싶은 것.
돌아갈 차에 실어 주려고 어머니가 반찬통을 싸시는 동안, 작은아버지는 소파에서 코를 골고 계셨습니다. 아무도 깨우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