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이 필요해 오랜만에 동네 사진관에 들렀습니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다 찍는 세상이라, 그 작은 사진관이 아직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가 여전히 카메라 뒤에 계셨습니다.

벽에는 빛바랜 사진들이 빼곡했습니다. 돌잔치, 결혼식, 환갑. 할아버지는 한 장 한 장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집 아기가 벌써 시집을 갔지.” 한 동네의 웃는 얼굴들이, 사십 년 세월이, 그 작은 방에 고스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묵묵히, 한 동네의 가장 환한 순간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돌아 나오는 길, 그 사진관이 단순히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그곳은 동네 사람들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대신 간직해 주던 자리였습니다. 오늘, 누군가가 조용히 지켜 주고 있는 우리의 평범한 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