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집을 비웠다가 돌아왔습니다. 문을 여니 낯선 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옵니다. 내 집인데 잠깐, 남의 집 문을 잘못 연 사람처럼 멈칫했습니다.
집은 나 없이도 부지런히 살고 있었습니다. 싱크대에는 떠날 때 미처 비우지 못한 컵이 그대로, 달력은 여태 지난달에 멈춰 있었습니다. 우편함은 전단지로 배가 불렀고, 냉장고를 여니 두고 간 반찬 하나가 조용히 삭아 있었습니다. 베란다 화분은 반쯤 마른 잎으로 나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물을 흠뻑 주고, 달력을 한 장 넘기고, 컵을 씻었습니다. 창을 여니 며칠 새 매미 소리가 부쩍 성글어져 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여름도 한 뼘 저만치 물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방도 풀지 않고 마루에 앉아 한참을 있었습니다. 돌아왔다는 실감은 늘 이렇게, 짐보다 늦게 도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