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 겨를이 없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커피잔을 감싸 쥐며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삼십 분 만에, 다음 약속이 있다며 일어섰습니다.

‘겨를’은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짬을 이르는 말입니다. 겨를이 없다는 건 시간이 없다는 말과 조금 다릅니다. 시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 여백이 없다는 뜻이니까요. 하루가 스물네 시간인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데, 겨를만 자꾸 줄어듭니다.

우리는 겨를을 늘 나중으로 미룹니다. 이 일만 끝내면, 이 고비만 넘기면. 그러나 그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와 있고, 겨를은 언제나 다음 고개 너머에 서 있습니다.

겨를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덜어 내어 만드는 자리입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정해야 비로소 생기는 빈칸이지요.

친구가 떠난 자리에, 식은 커피 두 잔이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