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골목 어귀에는 낡은 평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름 저녁이면 그 위로 동네가 모여들었지요. 누구네 수박이 먼저 올라오면, 숟가락은 온 골목의 것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부채를 부치며 하루를 풀어놓았고, 아이들은 평상 밑을 들락거리다 무릎을 베고 잠들었습니다. 누구 집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평상 위에서는 모두가 한식구였으니까요.

지금 그 골목에 평상은 없습니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돌고, 저녁은 각자의 문 안에서 흘러갑니다. 시원해진 대신, 어쩐지 조금 쓸쓸해졌습니다.

평상은 가구가 아니라 자리였습니다. 아무나 걸터앉아도 되는 자리, 이야기가 고이던 자리. 그런 자리 하나가, 우리 사는 동네에 다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