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린 시절 여름 저녁이면, 어머니는 마당에 나를 불러 세우고 등목을 해 주셨습니다. 웃통을 벗고 허리를 숙이면, 등줄기로 우물물이 좍 끼얹어졌지요.

“어이구, 시원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등에 닿는 물은 소름이 돋게 차가운데, 그 물을 부어 주시는 어머니의 손길은 이상하게도 따뜻했습니다. 등을 쓸어내리던 그 손의 감촉이 아직도 선합니다.

선풍기 한 대가 전부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여름이 덥게만 기억되지 않는 건, 등목 뒤에 마루에 누워 어머니가 부쳐 주시던 부채 바람 덕분이었겠지요.

이제는 에어컨 바람 속에서도 그 여름만 못할 때가 있습니다. 시원한 건 기계가 아니라, 등에 물을 부어 주던 그 손이었음을, 여름이 깊어질수록 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