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이사하던 날이면, 어머니는 짐 정리보다 먼저 시루떡을 맞추셨습니다. 김이 오르는 떡을 접시마다 나눠 담아, 아래윗집 초인종을 눌렀지요. “새로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떡 접시는 빈 채로 돌아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귤 몇 알, 요구르트 한 줄이 담겨 돌아왔고, 그렇게 오간 접시만큼 낯선 동네가 금세 이웃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옆집에 새 이웃이 들어왔습니다. 며칠을 살아도 얼굴 한 번 마주치기 어렵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서로 휴대폰만 들여다봅니다. 닫힌 현관문들이 어느 때보다 두껍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 떡 한 접시는 음식이 아니라 인사였고, 열쇠였습니다.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릴 용기가, 우리에게 다시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