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설거지’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비가 오려고 할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서둘러 거두거나 덮는 일을 이르는 말이지요. 마당의 고추며 빨래며 장작을 걷어 들이는 그 분주한 손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옛 마을에서 비설거지가 내 집 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소나기가 몰려오면 이웃집 마당의 빨래부터 걷어 주었고, 들에 널린 남의 곡식도 내 것처럼 거두었습니다. 주인이 없어도 손이 먼저 나갔지요.

하늘이 흐려지면 온 동네가 서로의 마당을 살피던 것. 어쩌면 그것이 이웃이라는 말의 본디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장마 소식이 잦은 요즘입니다. 비 오기 전에 걷어 들여야 할 것이 마당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 눅눅해진 마음도, 오래 미룬 안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