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든 새벽이면 아버지는 삽 한 자루를 메고 논으로 나가셨습니다. 물꼬를 보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물꼬는 논에 물이 드나들도록 터 놓은 어귀를 이르는 우리말입니다.
따라나선 저에게 아버지는 삽날로 논둑을 가리키셨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물꼬를 넓혀야 한다. 가두기만 하면 둑이 터져.”
물이 넘치면 길을 내어 주고, 가물면 조여 막고. 아버지는 평생 그 어귀 하나를 살피며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말수가 적은 분이 ‘물꼬를 튼다’는 말만은 자주 쓰셨지요. 사람 사이의 일도 그 말로 푸셨습니다. “그 집하고는 내가 물꼬를 터 볼게.”
지금도 비 소식이 길어지면, 삽을 메고 어둑한 논둑을 걷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