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은 늘 최단 경로를 권합니다. 몇 분 빠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대개 그 길을 고릅니다.

‘에움길’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말입니다. 곧게 가지 않고 빙 둘러 가는 길, 에워서 돌아가는 길을 이르지요. 지름길이 시간을 아끼는 길이라면, 에움길은 시간을 들이는 길입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곧은 길이 지나쳐 버린 것들이 있습니다. 어느 집 담을 넘어온 능소화, 문방구 앞에 세워 둔 노란 자전거, 골목이 꺾이는 자리에서 문득 트이는 저녁 하늘. 빠른 길에서는 눈에 담기지 않던 것들입니다.

에움길로 온 사람은 조금 늦게 닿습니다. 대신 그의 하루에는, 곧게 온 사람에게 없는 몇 장면이 더 들어 있습니다.

늦어도 괜찮은 저녁에는, 한 정거장 먼저 내립니다. 그러고는 곧은 길이 아닌 쪽으로, 천천히 걸어 집까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