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들바람’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가볍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이르지요. 태풍처럼 몰아치지도, 실바람처럼 있는 둥 마는 둥 하지도 않는, 딱 알맞은 세기의 바람입니다.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 우리가 온종일 기다리는 것이 바로 이 바람입니다. 해 질 무렵 창문을 열어 두고 있으면 어느 순간 목덜미로 서늘한 것이 지나갑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아” 소리가 나옵니다.
선풍기 바람에는 없는 것이 그 바람에는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는 것, 붙잡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 반갑습니다. 오래 기다린 것은 잠깐 스쳐도 값이 나갑니다.
처서가 지나면 이 바람에 ‘건들바람’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붙습니다. 초가을에 부는 바람이지요. 아직은 멀었지만, 오늘도 저녁 무렵 한 줄기 선들바람을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