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화단 한 귀퉁이에는 상추가 자랍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뭐라 하지 않을 만큼만, 회양목 사이에 조심스럽게 심어져 있습니다.

아침마다 물을 주는 분은 사 층 할머니입니다. 페트병을 잘라 만든 바가지로, 상추 잎을 다치지 않게 흙에만 물을 붓습니다. 지나가던 이웃이 인사를 하면, 할머니는 대답 대신 상추를 뜯기 시작합니다. 됐어요, 하는 손사래가 무색하게 어느새 한 봉지가 쥐어집니다.

저도 몇 번 얻어먹었습니다. 씻어서 삼겹살에 싸 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이 상추는 시장 것보다 확실히 질기고, 벌레 먹은 구멍도 몇 개 있는데, 어쩐지 더 맛있다고.

오늘 아침에도 화단 앞에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상추는 뜯어도 뜯어도 또 올라온다며, 웃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