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평범한 사람들
사람들은 흔히 욕심 때문에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은 욕망보다도 두려움에 가깝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보다 지금 가진 것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평온한 삶을 꿈꾼다. 성실하게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삶. 한때는 그것이 그리 어려운 꿈처럼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일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시간은 노력의 편에 서 있는 듯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고, 쉬고 있으면 손해 본다고,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를 영원히 놓칠 것이라고 말한다. 뉴스와 미디어는 매일 새로운 불안을 생산한다. 집값, 주가, 금리, 환율, 인공지능, 연금, 노후…. 세상은 쉼 없이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원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뛰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는 뒤처질까 두려워 끊임없이 스펙을 쌓고, 중년은 가족의 미래를 걱정하며 쉼 없이 일하며, 노년은 어렵게 모은 자산의 가치가 줄어들까 염려한다. 서로 처지는 다르지만 마음속 질문은 비슷하다.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문제는 경제 자체가 아니다. 인간은 원래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왔다. 문제는 불안이 삶의 기본 조건이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어느새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불행을 피하기 위해 살아간다. 더 나은 삶을 꿈꾸기보다 현재의 삶이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돌이켜보면 정말 원했던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계절의 변화를 느낄 여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 그리고 내일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평화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 소박한 바람마저 사치처럼 느끼게 만든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도록 만들고, 만족보다 결핍을 먼저 바라보게 한다. 우리의 시선은 현재의 풍요보다 미래의 불안을 향해 길들여진다. 때때로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정말 더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은 대신 더 많은 걱정을 떠안게 된 것일까.
저녁 무렵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본다. 해는 어김없이 지고 바람은 계절을 따라 분다. 자연은 늘 같은 자리에 있는데 사람만 쉼 없이 불안의 파도에 흔들린다. 어쩌면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평온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정한 풍요란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삶의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통장의 숫자만이 아니다. 그 숫자를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을 마음, 그리고 하루를 고요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평온이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은 어쩌면 그것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