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길게 내리는 날이면, 문득 어머니의 부침개가 떠오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부엌에서 밀가루 반죽을 풀곤 하셨습니다.
왜 비만 오면 부침개냐고 여쭌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저 웃으시며, “비 오는 소리하고 기름에 부치는 소리가 닮아서 그런가 보다” 하셨지요. 정말로 빗소리와 반죽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는, 가만히 들으면 어딘가 비슷했습니다.
부침개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좁은 부엌에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 찼습니다. 노릇하게 익은 한 장을 접시에 옮기기가 무섭게, 우리는 가장자리부터 손으로 떼어 먹었습니다. 뜨겁다고 호호 불면서도 젓가락을 멈추지 못했지요. 비 오는 날의 부엌은 늘 그렇게 식구들로 북적였습니다.
이제는 비가 와도 그 부엌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손맛도, 그 좁은 부엌의 온기도 사진처럼 기억에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빗소리가 들리는 저녁이면 나도 모르게 프라이팬을 꺼내게 됩니다. 어설픈 솜씨로 반죽을 풀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가 곁에 와 계신 것만 같습니다.
대단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비 오는 날, 식구들을 부엌으로 불러 모으던 따뜻한 한 장이었지요.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그 맛이 아니라, 빗소리 사이로 둘러앉던 그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