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무인 계산대 앞에서, 나는 자주 작아진다. 바코드를 아무리 갖다 대도 삑 소리가 나지 않을 때, 뒤에 선 사람의 눈길이 등에 꽂히는 것 같다. 기계는 재촉하지 않지만, 그 침묵이 재촉처럼 느껴진다.

오늘은 봉지값이 말썽이었다. 봉지가 필요하냐 묻는 물음에 ‘예’를 누르자, 화면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또다시. 나는 같은 자리를 세 번 눌렀다. 결국 카운터 안쪽에서 학생 알바가 나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두어 번 만에 해결해 주었다.

기계가 나를 탓하는 것 같던 참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나와, ‘이거 원래 잘 안 돼요’ 하며 대신 기계를 탓해 주었다. 별것 아닌 그 한마디에 굽었던 어깨가 슬며시 펴졌다.

우유 하나를 사면서, 오늘은 사람 목소리를 한 번 들었다. 그거면 됐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