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골목 끝에 서 있는 우체통입니다. 이 자리에서 마흔 해를 살았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배가 불렀습니다. 군대 간 아들에게 가는 편지, 밤새 쓰고 지운 연애편지, 시골 어머니의 꾹꾹 눌러쓴 안부. 사람들은 편지를 넣고도 한참을 서 있다 가곤 했습니다. 잘 가라고, 꼭 닿으라고.
요즘 내 뱃속은 거의 비어 있습니다. 고지서 몇 장이 전부인 날이 많지요. 다들 손바닥 안에서 말을 주고받는다니, 편지의 시대가 저문 것을 나도 압니다.
그래도 나는 이 자리를 지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조심스레 다가와 봉투를 넣고 가는 이가 아직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어느 할머니가 손주에게 쓴 편지를 넣으며 내 몸을 두 번 쓰다듬고 갔습니다. 그 온기로 나는 또 한 계절을 견딥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