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 큰비가 여러 마을을 할퀴고 갔습니다. 잠긴 집과 끊긴 길, 하루아침에 무너진 일상 앞에서,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말이 자꾸 짧아집니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동정이 아니라, 곁에 서서 같은 비에 젖는 일이 위로라는 뜻이겠지요.

힘내라는 말이 때로 야속하게 들리는 까닭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마른 자리에 서서 건네는 말은, 좀처럼 젖은 마음에 닿지 못하니까요.

지금도 어느 마을에서는 장화를 신은 이웃들이 남의 집 진흙을 퍼내고, 물에 젖은 사진첩을 마른 수건으로 한 장 한 장 닦아 내고 있습니다. 말없이 곁에서 함께 젖는 사람들. 위로는 입이 아니라 몸이 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