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동네에도 큰물이 든 적이 있습니다. 밤새 불어난 물이 아랫마을을 삼켰고, 물이 빠진 아침, 골목은 온통 진흙과 뒤집힌 세간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온 동네가 남의 집 마당에 살았습니다. 어른들은 이웃집 장판을 걷어 말리고, 젖은 연탄을 안타깝게 세어 보았습니다. 어머니들은 큰 솥에 국을 끓여 골목에 상을 차렸습니다. 뉘 집 숟가락인지 따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리 집 마당 빨랫줄에는 한동안 이웃집 이불이 함께 널려 있었습니다. 저녁이면 그 이불에서 온 동네 냄새가 났습니다. 무슨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그때는 그것이 그냥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요즘 수해 소식에 그 마당이 자꾸 떠오릅니다. 물은 세간을 쓸어 가도, 그렇게 함께 말리던 시간만은 쓸어 가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