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 아래
예초기 소리가 멎자
풀숲 아래에서
세상이 하나
드러났다
알 두 개
날개도 갖지 못한
봄의 내일이다
나는 풀을 베러 왔는데
까투리는
집을 잃었다
사람의 하루와
새의 한 생애가
그 작은 둥지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둥지를 잃은 아침
어느 봄날, 예초 작업을 하는 풀숲 아래 까투리 둥지가 있었다.
알 두 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잡초를 베는 일은 농사의 한 과정이지만, 그 작은 생명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연의 집을 허물며 살아간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는 예초기를 돌리기 전에 먼저 풀숲을 한 번 더 살피고
농약을 치기 전에 나뭇잎새에 새의 둥지가 숨어 있는지 둘러보게 되었다.
농사는 땅을 가꾸는 일만이 아니라,
그 땅에 함께 사는 생명들과 타협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둥지는 훼손되었고, 까투리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날개를 달지 못한 이 작은 생명들을 어찌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