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베란다에 나섰습니다. 열대야가 며칠째인지 세는 것도 그만두었습니다.

그런데 건너편 아파트를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불 켜진 창이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삼 층에 하나, 칠 층에 둘, 꼭대기에도 하나. 다들 잠들지 못한 밤이었습니다.

어느 창에서는 냉장고를 여는지 잠깐 환해졌고, 어느 창에는 선풍기 앞에 앉은 그림자가 어른거렸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 불빛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밤을 나만 견디는 게 아니구나. 그 낯모르는 동지들과 나는, 같은 여름을 앓는 중이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불빛 하나가 꺼지는 것을 보고 나도 들어왔습니다. 누군가 먼저 잠든 모양입니다. 남은 창들도 부디, 오늘은 선선한 꿈을 꾸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