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잠의 표정이 여럿 담겨 있습니다.
갓난아기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잠은 ‘나비잠’. 날개를 편 나비 같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깊이 들지 못하고 자꾸 놀라 깨는 잠은 ‘노루잠’, 겁 많은 노루를 닮았지요.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은 ‘그루잠’, 베어 낸 자리에서 다시 자라는 그루터기처럼요. 설핏 든 잠은 ‘겉잠’,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잠은 ‘통잠’, 깊이 든 달고 단 잠은 ‘꽃잠’입니다.
잠 하나에도 이렇게 곱게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옛사람들이 서로의 잠을 얼마나 눈여겨보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기의 잠, 노인의 잠, 앓는 이의 잠을요.
열대야에 노루잠만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오늘 밤은 부디, 모두가 통잠을 주무시기를. 그리고 새벽에 깨더라도, 달콤한 그루잠이 이어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