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해 새벽 다섯 시에 뒷산에 올랐다가, 약수터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물줄기는 가늘어 물통 하나 채우는 데도 한참인데, 줄 선 어르신들은 조급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물통을 줄 세워 놓고는 평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누가 새로 온 얼굴이면 자리부터 내어 주고, 뒷사람 물통까지 대신 받아 주기도 합니다.

“먼저 받으시오. 나는 급할 게 없어.” 흰 머리의 어르신이 커다란 물통을 든 젊은 사람에게 순서를 양보했습니다. 젊은이는 두 번 사양하다가, 결국 고개를 꾸벅하고 물을 받았습니다. 평상에서는 그 실랑이가 오늘 제일 재미난 구경이라는 듯, 웃음이 한바탕 지나갔습니다.

가늘게 흐르는 물 앞에서 아무도 다투지 않는 곳. 도시에서 제일 시원한 것은 새벽 공기가 아니라, 어쩌면 그 평상의 풍경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