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정(情)을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풀지만, 우리가 쓰는 정은 그보다 훨씬 넓고 깊습니다.
정은 들이는 것이 아니라 드는 것입니다. 마음먹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부대끼고 지지고 볶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운 정만 정이 아닙니다. 미운 정이라는 말이 따로 있는 걸 보면, 다투고 서운했던 시간까지도 정의 일부인 모양입니다. 오래된 부부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고 말할 때, 그 말은 어쩐지 사랑보다 두껍게 들립니다.
정은 효율과는 거리가 먼 마음입니다. 정 때문에 손해도 보고, 정에 못 이겨 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그렇게 진 자리가, 살고 보면 가장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빠르고 깔끔한 관계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지지부진하고 미련한 이 마음을 우리는 아직 버리지 못했습니다. 버리지 못해서,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