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입니다. 옛글 『관자』는 나라를 떠받치는 네 기둥으로 예의와 염치를 꼽았습니다. 밥 한 그릇을 얻어먹어도 염치가 있어 두 번은 못 가겠다던 어른들의 말속에, 이 오래된 마음이 살아 있었지요.
염치는 겁이 아닙니다. 법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사람 보기 부끄러워서 하지 않는 것. 아무도 안 볼 때조차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것. 그러니 염치는 남의 눈치가 아니라, 제 안의 저울입니다. 저울이 기울면 낯이 먼저 알고 뜨거워지지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당당함으로 통하는 시절입니다. 그럴수록 낯이 화끈해질 줄 아는 사람이 귀합니다.
부끄러움은 약함이 아니라, 아직 무디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이니까요. 염치를 아는 얼굴은, 그래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