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분 하나가 여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잎은 다 지고 마른 가지만 남았는데, 나는 아직 물을 줍니다. 물은 흙에 스미지 않고 화분 밑으로 그냥 빠져나갑니다.
뽑아 버리면 그만인 것을. 뿌리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가지 껍질을 손톱으로 살짝 긁어 봅니다. 속이 푸르면 산 것이라고 어디서 들었습니다. 긁힌 자리는 마른 갈색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음 날 아침, 나는 또 물뿌리개를 들었습니다.
미련은 이런 모양입니다. 아닌 줄 알면서 손이 가는 것. 끝난 줄 알면서 하루만 더 두어 보는 것.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대개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답을 알아서 더 못 버립니다. 그 하루가 여러 날이 됩니다.
화분은 여태 베란다 끝자리에 있습니다. 흙이 마르면, 나는 또 물을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