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갑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흔히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지만, 사전을 펴 보면 뜻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집이나 세간이 겉으로 보기보다 속이 넓다는 뜻입니다.

겉은 좁아 보여도 들어서면 의외로 너른 집. 살가운 사람도 꼭 그렇습니다. 첫인상은 수수한데, 사귀어 보면 품이 넓어 이 사람 저 사람 다 들어앉습니다. 겉치레가 화려한 쪽이 아니라, 안이 너른 쪽이 살가운 것이지요.

말수가 적어도 살가운 사람이 있고, 말이 많아도 쌀쌀한 사람이 있습니다. 살가움은 붙임성이 아니라 속의 평수인 모양입니다. 그런 사람 곁에서는 실수를 해도 덜 무섭습니다. 들어앉을 자리가 넉넉한 까닭입니다.

오래 만나야 진가가 드러나는 집처럼, 살가운 사람은 천천히 넓어집니다. 당신 곁의 그 수수한 사람도, 알고 보면 속이 대궐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