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두 번 벗겨야 합니다.

겉껍질은 단단해서 칼이 듭니다. 칼끝이 몇 번 미끄러집니다. 그것을 갈라내면 속에서 껍질이 하나 더 나옵니다. 알맹이에 착 붙어, 골마다 주름까지 그대로 앉은 얇은 껍질. 이것을 ‘보늬’라 합니다.

보늬는 성가십니다. 손톱으로 긁어도 골 사이에 남고, 남은 채로 씹으면 혀뿌리가 떫습니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찬물에 담가 두었다가 하나씩 벗겨내셨습니다. 물이 차차 붉어졌습니다. 밤 한 되에 저녁이 다 갔습니다.

그런데 그 떫은 한 겹이 여름내 알맹이를 지켰습니다. 벌레도 마름도 이 얇은 것이 막았습니다. 지켜 준 것을 벗겨야 닿는 알맹이가 있습니다.

접시에 하얀 밤이 쌓이는 동안, 신문지 위에는 보늬가 수북했습니다. 어머니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