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섯 시, 뒷산 오르는 길. 풀이 무릎까지 자란 좁은 목을 지나는데 바짓단이 금세 젖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발목에 찬 기운이 감깁니다.

이런 길을 ‘이슬받이’라 합니다. 양옆으로 이슬 맺힌 풀이 우거진 좁은 길, 그리고 그 길을 헤치고 가는 사람까지 함께 이르는 말입니다. 길에도 사람에게도 같은 이름을 준 셈이지요.

먼저 지나간 사람이 있으면 풀이 눕고 이슬이 털립니다. 뒤에 오는 사람은 그만큼 덜 젖습니다. 그래서 이슬받이는 늘 맨 앞에 선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새벽 일찍 논에 나가던 이도, 등굣길 아이를 앞세우지 않고 앞서 걷던 이도 그랬을 것입니다.

사흘 뒤가 백로입니다. 이슬이 희게 맺힌다는 절기.

내려오니 바짓단이 무릎까지 검게 젖어 있었습니다. 볕에 잠깐 서 있으니 곧 말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