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이라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갔다. 사촌형이 예초기를 메고, 나는 낫을 들었다.

기계가 돌기 시작하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소리가 워낙 커서 손짓으로만 주고받는다. 잘린 풀이 정강이에 척척 달라붙고, 풀즙 냄새가 훅 올라온다. 파랗고 비린 냄새다. 목덜미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손이 더러워 닦지도 못한다.

한 시간쯤 지나 봉분이 말끔해졌다. 형이 기계를 끄자 갑자기 조용해졌는데, 그제야 매미도 귀뚜라미도 아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귀가 한동안 멍했다.

그늘에 앉아 캔커피를 나눠 마셨다. 형이 손등으로 땀을 훔치며 말했다. 작년보다 풀이 덜 자랐네.

형은 더 말이 없었다. 나도 그랬다. 깎아 놓은 풀이 볕에 마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