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다 도시락을 펼치면, 아버지는 밥을 뜨기 전에 늘 한 술을 떼어 등 뒤로 던지셨습니다. “고수레” 하고 나직이 외면서. 흩어진 밥알에는 어느새 개미가 오고, 새가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엔 멀쩡한 밥을 왜 버리나 싶었습니다. 고수레는 들이나 산에서 음식을 먹기 전, 조금을 떼어 던지며 하는 말입니다. 이 땅에 먼저 깃든 것들에게, 저희도 한 술 드시라고 건네는 인사인 셈이지요.
밥을 나눌 상대가 사람만은 아니라고, 옛사람들은 여겼던 모양입니다. 풀과 벌레와 눈에 뵈지 않는 것들까지, 한 상에 앉히던 마음입니다.
요즘은 산에서 고수레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대신 다 먹은 도시락을 배낭에 꾹꾹 눌러 담아 내려옵니다. 방식은 달라졌어도, 이 산에 신세를 졌다는 마음만은 그대로 배낭에 담겨 내려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