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자마자 시작됩니다. 앵— 하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늦여름 모기 한 마리가, 오늘 밤 내 방에 세 들었습니다.

불을 켜면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벽을 아무리 노려보아도 없습니다. 손바닥을 허공에 몇 번 휘둘러 보지만, 잡히는 건 바람뿐입니다. 다시 불을 끄고 누우면, 기다렸다는 듯 앵— 하고 약을 올립니다. 이 작은 것이 어쩌면 이토록 사람 약 올리는 재주를 타고났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불을 켜 둔 채 누웠습니다. 밝은 데선 저도 잠잠합니다. 나는 모기 때문에 불을 켜고, 모기는 불 때문에 숨죽이고. 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인 휴전입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이 방의 주인이 대체 누구인가 잠깐 헷갈립니다.

밤새 한 대 물리긴 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저도 어디선가, 여름을 나야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