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가고, 서쪽 하늘에 별 하나가 먼저 돋습니다. 아직 푸른 기가 남은 하늘에, 유독 밝게 홀로 뜬 별. 어릴 적 할머니는 저 별을 ‘개밥바라기’라 부르셨습니다. 나는 할머니 곁에 쪼그려 앉아, 저 별이 정말 개밥을 바라는지 한참을 올려다보곤 했습니다.

개가 저녁밥을 바랄 만큼 출출해지는 무렵에 뜬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실은 별이 아니라 금성이지요. 같은 별이 새벽 동쪽에 뜨면 ‘샛별’이라 부르고, 저녁 서쪽에 뜨면 개밥바라기가 됩니다.

하나의 별에 두 이름을 지어 준 마음이 재미있습니다. 아득한 행성 하나를, 개 밥그릇 옆까지 데려와 부르던 그 다정함이요.

오늘 저녁에도 개밥바라기가 떴습니다. 누군가는 그 별을 보며 하루를 닫고, 지구 반대편 누군가는 같은 별을 샛별 삼아 하루를 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