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다 먹고 나면, 진짜 승부는 계산대 앞에서 벌어집니다. 서로 지갑을 꺼내 들고, 됐다고, 내가 낸다고 실랑이를 합니다. 종업원은 두 손을 어정쩡히 든 채 웃고, 뒷사람은 기다립니다.

체면이 무엇인지, 이럴 때 새삼 실감합니다.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낯,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마음이지요. 얻어먹고 싶지 않은 마음도, 옹졸해 보이기 싫은 마음도 다 거기 섞여 있습니다. 때로는 체면 때문에 손해도 봅니다. 없는 살림에 먼저 지갑을 열고, 속으로는 다음 달 카드값을 가만히 헤아리면서요.

가끔 그 실랑이가 우스우면서도, 어쩐지 정겹습니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내주려고 밀치는 손들이니까요.

결국 반 발 빠른 사람이 이깁니다. 진 사람은 다음엔 꼭 자기가 낸다며, 벌써 다음 약속을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