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문득 추워서 깼습니다. 밤새 돌아가던 선풍기 바람이, 며칠 사이 서늘하게 날이 섰습니다. 리모컨을 더듬어 바람을 한 단 낮추고, 이불을 끌어당겨 어깨까지 덮습니다. 창밖에선 풀벌레 소리가 제법 굵어졌습니다.

여름내 이 선풍기는 쉬지 않았습니다. 열대야마다 목을 좌우로 저으며, 잠든 식구들 위로 밤새 바람을 부쳤지요. 한낮엔 켜 둔 채 깜빡 잠들었다가, 다리에 소름이 돋아 깬 적도 여러 번입니다. 날개엔 어느새 여름 먼지가 뽀얗게 앉았습니다.

이제 곧 이 바람도 소용이 다할 것입니다. 선풍기 하나에 여름 한 철을 꼬박 기대어 났는데 말이지요. 며칠 뒤면 처서. 아침저녁으로는 창문을 닫는 날이 오겠지요.

끄고 누우니, 선풍기가 마지막으로 목을 한 바퀴 돌리고 멈춥니다. 여름 하나가, 그렇게 조용히 방을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