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는 한 해 걸러 쉽니다. 지난가을 가지가 휘도록 감을 매달았다면, 올해는 듬성듬성 답니다. 이것을 ‘해거리’라 합니다.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열매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힘이 만만치 않아서, 몽땅 쏟아부은 이듬해에는 뿌리와 줄기를 다시 채우는 데 힘을 씁니다. 쉬는 해가 있어야 그다음 해에 또 달 수 있으니까요. 나무 나름의 셈입니다.
해거리하는 나무를 두고 어른들은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쉬는 해구나, 하고 그냥 두었지요. 거름을 조금 더 주고, 웃자란 가지를 솎아 주고, 그저 기다렸습니다. 잘 쉰 나무가 이듬해에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해거리는 나무만의 일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사람까지 있어야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올해 우리 집 감나무는 쉬는 해입니다. 성글어진 가지 사이로 하늘이 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