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삼십 초, 엘리베이터가 칠 층까지 올라가는 이십 초. 그 짧은 틈에도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냅니다. 볼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손이 먼저 갑니다.
심심하다는 말을 요즘 나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심심할 자리가 없어졌으니까요.
심심함은 빈 그릇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심심해야 뭐라도 만듭니다. 마당의 돌멩이를 줄 세우고, 없는 규칙을 짓고, 심심함을 밑천 삼아 놀이를 꺼내지요. 어른도 다르지 않아서, 멍하니 앉아 있던 자리에서 오래 미뤄 둔 생각이 문득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릇을 비워 두지 않으니, 담길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심심함을 없앤 것이 아니라, 잘게 부순 것들로 그 자리를 메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정류장에서 배터리가 나갔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오 분이 이상하게 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