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 시 목욕탕. 문을 밀면 김이 먼저 얼굴을 덮는다. 안경알이 하얗게 흐려져 잠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탕에는 어르신 서넛이 턱까지 잠겨 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물 떨어지는 소리, 바가지가 타일에 닿는 소리, 누군가 길게 내쉬는 숨소리. 소리들이 천장에 부딪혀 조금 늦게 돌아온다.
아이 하나가 아버지 손에 끌려 들어온다. 뜨겁다고 발을 뺐다가, 아버지가 어깨를 눌러 주자 겨우 주저앉는다. 어르신 하나가 그 꼴을 보고 웃는다. “그래야 크지.”
물속에서는 다들 아무것도 아닌 몸이 된다. 굽은 등, 오래된 수술 자국, 한쪽으로 처진 어깨. 옷을 입으면 다시 보이지 않을 것들이다.
나와서는 머리를 말리지 않고 나섰다. 젖은 머리에 9월 아침이 서늘하게 얹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