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올라온다고 해서 저녁에 베란다를 치웠다. 화분을 안으로 들이고, 빨래건조대를 접고, 난간에 걸어 둔 것들을 걷었다.

이상하게도 태풍 전날은 늘 고요하다. 바람 한 점 없이 후텁지근하고, 하늘은 누르스름한 빛으로 낮게 깔린다. 종일 울던 매미도 오늘은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무언가 끄는 소리가 났다. 앞 동 상가에서는 사다리를 놓고 간판을 끈으로 묶고 있었다. 다들 말없이 서둘렀다. 아이만 태풍이 온다는 말에 들떠서 자꾸 창밖을 내다봤다.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창문이 처음으로 덜컹거렸다. 빗방울 몇 개가 유리에 부딪혔다가 말았다.

들여놓은 화분들이 거실 한가운데 모여 있다. 흙냄새가 방까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