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보자.” 명절을 앞두고 부모와 자식이 이렇게 약속하는 일이 있습니다. 서로 두어 시간씩 달려와 휴게소에서 국수 한 그릇 먹고, 반찬통을 주고받고, 다시 각자 돌아가는 만남.

옛날에도 그런 만남이 있었습니다. ‘반보기’라 합니다. 추석 앞뒤로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날을 잡아, 두 집 중간쯤 되는 고갯마루나 냇가에서 만나던 일입니다. 중로상봉(中路相逢)이라고도 했지요.

반나절쯤 보고 헤어진다고 반보기입니다. 온종일도 아니고 하룻밤도 아니고, 딱 반나절.

이고 온 것들을 보자기째 펴 놓습니다. 떡이며 전이며, 집에서 하던 대로 해 온 것들입니다. 딸이 업고 나온 아이를 어머니가 그날 처음 보기도 했습니다.

해가 기울면 일어섭니다. 오던 길로 각자 돌아갑니다. 보따리는 올 때보다 가볍고, 고갯길은 내려갈 때가 늘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