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고 한동안은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불을 켜지 않으면 벽이 어디서 끝나는지 몰라 손을 앞세우고 걸었습니다. 스위치도 늘 한 뼘쯤 빗나갔습니다. 짐을 다 풀고도 한참은 냉장고 문을 반대쪽으로 당겼습니다. 처음 며칠은 그 집 냄새까지 낯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눈을 감은 채로 다녀왔습니다. 손이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낯은 얼굴을 이르는 말이면서, 익숙함을 재는 말이기도 합니다. 낯설다, 낯익다, 낯을 가리다, 낯이 뜨겁다. 얼굴 하나에 이 많은 말이 붙어 있습니다.

새 집도 새 사람도 처음에는 다 낯섭니다. 몇 번을 지나가고 몇 번을 더듬은 뒤에야 겨우 익습니다.

그 집을 떠나온 지 몇 해 되었는데, 아직 손이 그 스위치 자리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