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가에 들렀더니, 현관에 아버지의 구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굽이 닳고 가죽이 트고, 몇 번이나 수선한 자국이 선명한 낡은 구두였습니다.
'아버지, 이제 새 구두 하나 사세요.' 했더니,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멀쩡한데 뭘. 발에 익어서 이게 제일 편해.'
그 구두를 신고 아버지는 삼십 년을 같은 길로 출근하셨습니다.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그 낡은 구두가 가족의 하루를 짊어지고 다녔습니다.
닳아 없어진 구두 굽만큼, 아버지의 어깨도 조금씩 작아져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한참을 그 구두가 눈에 밟혔습니다. 우리가 편히 신은 새 신발들 아래에는, 늘 누군가의 닳은 구두가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오늘 저녁엔 안부 전화 한 통 드려야겠습니다. 멀쩡하다는 그 구두처럼, 아직 괜찮다고만 하실 그 목소리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