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에 햇살이 쨍한데도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비를 우리말로 ‘여우비’라고 합니다.

옛 어른들은 여우비가 내리면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며 웃으셨지요. 해와 비가 동시에 있는 그 신기한 풍경에, 옛사람들은 야단스러운 잔치 하나를 상상으로 지어 붙인 것입니다. 자연을 무서워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웃을 줄 알았던 마음이지요.

같은 날씨를 두고도, 누구는 짜증을 내고 누구는 이야기를 짓습니다.

살다 보면 햇살과 비가 한꺼번에 들이치는 날이 있습니다. 좋은 일과 궂은 일이 뒤섞인 그런 날엔, 여우비를 떠올려 보세요. 어쩌면 그 또한 무언가 좋은 일이 시작되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