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늘 함께 걷는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할머니보다 꼭 반걸음 뒤에서 걸으셨습니다.
처음엔 그저 천천히 걷는 분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기억을 조금씩 잃어 가고 계셨고, 가끔 길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걸으신다는 것을. 할아버지는 앞서 끌지 않고, 반걸음 뒤에서 할머니가 가는 대로 따라 걸으셨습니다. 어디로 가든 할머니가 ‘틀렸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요.
사랑은 앞에서 끄는 것이 아니라, 반걸음 뒤에서 지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가 길을 멈추면 할아버지도 멈추고, 다시 걸으면 함께 걸었습니다. 그 반걸음의 거리에는, 예순 해를 함께 살아온 사람만이 아는 깊은 배려가 담겨 있었습니다. 오늘 곁에 있는 사람의 걸음에, 나는 어떤 속도로 맞춰 주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