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펴면 첫 번째 뜻이 꽃이 아닙니다.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기운. 그것이 바람꽃입니다.

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산의 윤곽이 흐려지는 것으로 먼저 압니다. 옛사람들은 그 기미에 ‘꽃’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두 번째 뜻이 우리가 아는 꽃입니다. 국화바람꽃, 꿩의바람꽃처럼 미나리아재비과의 풀을 묶어 이르는 이름이지요. 이른 봄, 바람이 아직 차가울 때 핍니다. 바람을 견디고 피는 게 아니라, 바람 속에서 핍니다.

먼 산의 흰 기운에도, 땅 가까이 흔들리는 흰 꽃에도 같은 이름을 주었습니다. 둘 다 바람이 오는 자리에 있는 것들입니다.

추위는 이 꽃을 위해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핍니다. 땅에 낮게, 희게, 내내 흔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