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뜻을 지닌, 고운 순우리말입니다. 눈이 시나브로 쌓이고, 아이가 시나브로 자라고, 정이 시나브로 깊어집니다.

이 말이 정겨운 까닭은, 세상의 소중한 것들이 대개 이렇게 온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큰 변화는 요란하게 오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는 늘 비슷해 보여도, 그 작은 날들이 시나브로 쌓여 어느새 우리를 전혀 다른 곳에 데려다 놓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좋은 것은 시나브로, 소리 없이 차오릅니다.

오늘 하루가 별일 없이 지나갔다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당신의 정성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도, 지금 시나브로 깊어지는 중입니다. 그 느린 쌓임을 믿는 사람이, 결국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