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혼자 사는 친구가, 시골 어머니에게서 온 택배 상자를 보여 준 적이 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 안에는 김치며 나물이며, 손질해 얼린 생선까지 빼곡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눈길이 멈춘 곳은 반찬이 아니라, 상자 뚜껑 안쪽에 매직으로 꾹꾹 눌러쓴 한 줄이었습니다. “끼니 거르지 말고, 천천히 챙겨 먹어라.” 맞춤법도 조금 틀린 그 투박한 글씨를, 친구는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습니다.
먼 길을 건너온 것은 반찬이 아니라, 자식의 끼니를 걱정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택배 상자는 비우면 그만이지만, 그 한 줄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책상 앞에 오려 붙여 두었다고 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늘 이렇게, 무언가에 담겨 조용히 도착합니다. 오늘 내 곁에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그런 한 줄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