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버지와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 아버지의 지갑을 우연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낡은 가죽 지갑 안쪽에는, 손때가 묻어 모서리가 닳은 작은 사진 한 장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십 년 전, 친구가 코흘리개 시절에 찍은 빛바랜 사진이었습니다. 지갑을 몇 번이나 바꾸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그 사진만은 늘 새 지갑으로 옮겨 끼워 두셨던 것입니다. 무뚝뚝해서 평생 살가운 말 한마디 없던 아버지였는데 말이지요.

표현이 서툴렀을 뿐, 사랑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친구는 그날 이후로 아버지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은, 종종 이렇게 가장 가까운 곳에 조용히 간직되어 있습니다. 오늘 무뚝뚝한 누군가의 지갑 속에도, 미처 꺼내 보이지 못한 사랑이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