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움길’이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곧게 난 지름길이 아니라, 빙 둘러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입니다. 산자락을 휘감아 도는 길, 논두렁을 따라 에둘러 가는 길이 모두 에움길입니다.

빠른 길이 좋다고들 하지만, 에움길에는 지름길이 모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돌아가는 동안 만나는 들꽃 한 송이, 잠시 쉬어 가는 나무 그늘, 곁사람과 나누는 두런두런한 이야기. 길이 굽은 만큼, 보고 듣는 것도 많아집니다.

돌아서 가는 길이라고 해서, 끝내 닿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에움길로 접어듭니다. 뜻대로 풀리지 않아 빙 돌아가는 듯한 시절 말입니다. 그러나 그 길도 결국은 닿습니다. 어쩌면 지름길로 갔다면 못 보았을 풍경을, 지금 그 에움길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