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른 본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기둥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거기에는 연필로 그어진 작은 금들이 층층이 남아 있었습니다. 어릴 적, 키를 잴 때마다 부모님이 그어 두신 자국이었습니다.

금 옆에는 날짜와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여덟 살의 나, 열 살의 동생. 집을 새로 칠하면서도 그 문기둥만은 칠하지 않고 남겨 두셨더군요. “그거 지우면 아깝잖니.”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만, 그 한 칸 한 칸에는 우리가 자라던 시간이 고스란히 박혀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식이 자란 키를 재면서, 사실은 함께 흘러간 세월을 새기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그 금들보다 훌쩍 커 버렸지만, 그 앞에 서면 여전히 여덟 살이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가 자라는 모습을 이토록 오래 지켜봐 주었다는 것 — 그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오늘, 나를 키워 준 그 눈길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