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머니 댁에 갔다가, 마을버스를 탄 적이 있습니다. 손님이라곤 어르신 몇 분이 전부인 작은 버스였습니다. 그런데 그 버스에는 도시 버스에 없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정류장도 아닌 길목에서 기사님은 슬며시 차를 세웠습니다. 저만치서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기사님은 재촉하는 기색 하나 없이, 할머니가 손잡이를 꼭 잡고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안 늦었어요.” 그 말에 차 안의 누구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려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속도를 틀렸다고 하지 않는 일입니다.
빠른 것이 곧 좋은 것이라 여기는 세상에서, 그 작은 버스는 다른 속도로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느린 사람의 걸음에 모두가 보폭을 맞춰 주는 곳. 오늘 나는 누군가의 느린 걸음을, 얼마나 너그러이 기다려 주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